반응형
“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앞당겨 쓰지 않게 되었을 뿐이다.”
예전에는
하루가 시작되기도 전에
이미 하루를 여러 번 지나가곤 했다.
아침에 눈을 뜨면
오늘 해야 할 일들이 먼저 떠올랐고,
그 일들이 끝난 뒤의 피로까지
미리 계산하고 있었다.
그래서 하루는
살기 전에 먼저 걱정하는 대상에 가까웠다.
하루는 늘 앞당겨 소모되고 있었다
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하루를 두고
이런 생각을 자주 했다.
- 오늘은 길겠다
- 끝나면 많이 지치겠지
- 중간에 쉬어야 할 것 같아
이 생각들이 쌓이면
하루는 실제로 겪기 전부터
이미 무거워졌다.
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,
몸과 마음은 먼저 반응하고 있었다.
어느 순간부터, 오늘을 오늘로 두게 됐다
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.
그냥 어느 날부터
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
굳이 당겨서 쓰지 않게 됐다.
오늘은
오늘 겪으면 되는 날이고,
내일은
내일 생각해도 되는 시간이라는 감각.
그 단순한 구분이
생각보다 큰 변화를 만들었다.
걱정이 사라진 게 아니라, 미뤄졌을 뿐이다
하루를 미리 걱정하지 않게 됐다고 해서
아무 걱정도 하지 않는 건 아니다.
다만
지금 당장 하지 않아도 되는 걱정은
지금 하지 않게 되었다.
그 덕분에
하루는 조금 더
지금에 가까워졌다.
하루가 덜 길게 느껴진다
하루가 덜 걱정되니
시간의 밀도도 달라졌다.
같은 일정인데도
전보다 덜 길게 느껴지고,
중간중간 숨이 트이는 순간이 생긴다.
하루를 가득 채우지 않아도
하루가 충분히 지나간 느낌이 든다.
정리
요즘은
하루를 미리 걱정하지 않게 되었다기보다,
하루를 제 시간에 쓰게 된 것에 가깝다.
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
앞당겨 소모하지 않으니,
하루는 생각보다
견딜 만한 크기로 남아 있다.
하루를 덜 걱정하게 된 건
삶이 달라져서가 아니라,
시간을 대하는 태도가
조금 느슨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.
반응형
'끄적인 글' 카테고리의 다른 글
| 사람을 만난 뒤에도 피곤하지 않은 날이 늘었다 (0) | 2026.01.09 |
|---|---|
| 예전만큼 나 자신을 다그치지 않게 됐다 (0) | 2026.01.06 |
| 그냥 바람 쐬고 왔다 (0) | 2026.01.03 |
| 요즘은 외출 기준이 하나 더 생겼다 (0) | 2026.01.03 |
| 새해가 되었는데,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(0) | 2026.01.01 |